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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수술, 제대로 알면 두렵지 않아" 신경외과 의사 이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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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가진 환자들이 있다. 무분별하게 시행된다는 말이 많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수술은 지양하는 것이 맞지만, 수술을 무작정 피하는 것 역시 옳지 않다. 수술 시기를 놓치면 마비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후 수술을 한다 해도 회복이 힘들 수 있어서다.

두려움도 척추 수술을 기피하게 만든다. 하지만 신경외과 이동엽 원장(참포도나무병원)은 "최근 의료 기술의 발달로 두려워하는 부분이 크게 개선되었기에 두렵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수술이 필요한 사례가 흔치 않기 때문에 수술 걱정부터 할 필요 없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 척추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위해 이동엽 원장과 함께 척추 질환의 증상부터 치료 방법까지 자세히 알아봤다.

q. 우리 몸을 지탱하는 척추에 어떤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척추는 머리를 받치고 있는 목뼈인 경추와 등뼈인 흉추, 허리 요추, 그리고 허리 아래에 있는 천추와 미추로 이루어진 큰 타워 같은 구조물입니다. 우리 몸을 받치는 기둥 역할뿐만 아니라 뇌에서부터 오장육부, 사지까지 중요한 신경, 혈관, 림프선 등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역할도 척추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 몸속 고속도로망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척추에는 퇴행성, 염증성, 외상성, 그리고 암까지 여러 양상의 질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질병을 꼽자면 퇴행성 질환에 속하는 디스크 질환, 협착증 질환, 전방 전위증, 측만증이 있습니다.

디스크는 척추뼈와 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물렁뼈, 즉 추간판이 퇴행하고 외부 충격이 쌓이면서 바깥쪽으로 탈출하는 병입니다. 추간판이 탈출하면 허리 통증이 생기면서 흔히 `디스크 생긴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병원을 찾곤 하는데요. 많은 분이 디스크라고 말씀하시는 질환이 바로 이 `요추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입니다.

척추에는 뇌에서 사지로 뻗어 내려가는 큰 신경 다발이 지나가는 통로가 있습니다. 이를 척추관이라고 하는데요. 척추관이 여러 원인에 의해 좁아져 신경이 눌리면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상태가 바로 '척추관 협착증'입니다. 척추관이 좁아지고 신경 통로가 좁아지는 원인에는 `디스크 탈출`이 있고요. 이 외에도 뼈 자체가 어긋나는 전위증, 척추 뼈와 후궁 인대 사이의 변형 등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척추관 협착증은 디스크 질환에 비해 높은 연령층에서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세 번째로 설명할 척추 전방 전위증은 좀 생소하실 수 있는데요. 사실 척추 환자 중 상당히 많은 분이 겪고 있는 질병입니다. 척추 전방 전위증은 쉽게 말하자면 뼈와 뼈 사이가 어긋나 있는 질환입니다. 척추 뼈는 마디마디가 하나의 타워처럼 정렬이 잘 되어있어야 신경들이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데요. 강한 외상을 입거나 스포츠 손상, 그리고 선천적후천적 척추 분리증이 있는 경우에는 척추뼈가 앞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이들 원인으로 인해 위 척추 뼈가 아래 척추 뼈 보다 앞으로 밀려 나온 것을 `전방 전위증`, 뒤로 밀려 나온 것을 `후방 전위증`이라고 합니다.

q. 질환이 다양한 만큼, 증상도 다양할 것 같은데요. 척추 질환이 있으면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나요
척추 질환이 발생하면 그 원인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증상이 있는데요. 바로 통증과 신경 증상입니다.

척추 질환에 의한 통증은 일반적인 근육통과는 조금 다릅니다. 척추 질환에 의한 통증은 한 부위만 아픈 게 아니라 허리 또는 엉치를 중심으로 물감이 퍼져 나가는 듯한 방사통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있으면 척추 질환을 강력하게 의심해 보셔야 하고요. 이 외에도 쑤시거나 시리고, 칼로 베는 듯한 통증이나 망치로 때리는 듯한 통증을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터질 것 같다, 저리다,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 증상들을 호소하기도 하죠.

이 증상을 조금 자세히 살펴볼까요 신경은 감각 신경과 운동 신경으로 나뉩니다. 이에 따라 척추 질환의 증상도 감각 마비와 운동 마비로 나뉘는데요. 먼저 감각 마비는 척추 질환에 의해 신경이 압박받아 그 신경이 관장하는 감각이 떨어지면서 발생합니다. 이때 나타나는 증상들은 먹먹하다, 마취한 것 같다, 혹은 시리다, 화끈거리고 불에 덴 것 같다,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다 등으로 표현되곤 합니다. 이러한 감각 마비가 심하게 지속되거나 신경 압박이 심해지면 운동 신경까지 기능이 저하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팔다리에 힘이 빠진다든지, 발목이나 발가락이 올라가지 않는 증상이 생깁니다. 걸을 때 발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는 족하수(foot drop)가 생겨 다리가 끌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죠.

여기서 더 심해지면 배뇨 장애, 성기능 장애, 회음부 감각 저하가 나타날 수 있고요. 하반신 마비나 사지 마비까지 진행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마비 증상이 있다면 증상이 심화되기 전, 하루빨리 병의원을 찾으셔야 합니다.

q. 척추 질환은 그 종류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나요
질환에 따라 치료법이 극명하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통증의 원인이 되는 염증을 억제하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척추 치료는 대동소이(大同小異)하죠. `척추 질환이 있으면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대개 95%의 환자분들은 수술 없이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염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척추를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보존적 치료, 시술적 치료, 수술적 치료가 있습니다. 보존적 치료는 안정을 취하면서 가벼운 주사치료나 약물치료, 또는 재활, 자세 교정, 물리치료 등을 하는 방법입니다. 단순 근육통이나 경미한 염좌가 있는 경우에는 이 같은 보존적 치료로 호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시술적 치료는 비수술적 치료라고도 하는데요. 신경을 차단하는 염증 치료, 신경 성형술, 통증 확장술, 신경 유착 박리, 척추체 성형술 등이 비수술적 척추 치료법에 해당합니다.

증상이 심해서 마비까지 있는 경우 등 수술을 꼭 해야 하는 경우에는 미루지 말고 수술적 치료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수술적 치료법은 다시 침습적 수술과 미세침습적 수술로 나뉩니다. 과거에는 대부분 절개 범위가 큰 침습적 수술을 했는데요. 최근에는 1~2cm 정도의 작은 절개창을 통해 내시경, 현미경, 내비게이션 기법을 활용하는 미세침습적 수술을 많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수술은 감압만 하는 경우도 있고요. 유합까지 하거나 디스크만 절개하는 경우, 관절만 일부 깎아내는 등 상태에 따라 다양한 수술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앞서 말씀해 주셨듯, 많은 분이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시곤 합니다. 그럼에도 척추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겠죠.
가장 중요한 질문 같은데요. 앞서 말씀드렸듯 척추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통계적으로 보면 100명 중 5명 미만입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수술하더라도 대부분 절개가 거의 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오랜 시간 와병 상태로 지내거나 휠체어를 탈 염려를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척추 수술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술`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감 때문인데요. 수술이라고 하면 전신 마취, 그리고 이후에 남는 큰 흉터, 큰 출혈 등이 염려되실 겁니다. 다른 조직이 망가지거나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점도 걱정을 심화시키죠. 그런데, 최근 주로 시행하는 미세침습적 수술은 일단 전신 마취를 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도 편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절개 범위가 매우 작기 때문에 미용적으로 흉터가 작고요. 기능적으로도 주변 조직이라든지 근골격의 손상이 없기 때문에 수술 후 허리 통증 증후군이 발생하는 등의 부작용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빨라 일상생활에 금방 복귀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도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사실 미세침습적 수술은 의료진에게도 이점이 많은 방식입니다. 현미경, 내시경, 내비게이션 기법을 이용하면 직접 눈으로 보면서 수술하기에 정밀한 치료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재발률도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수술 기법의 발전으로, 많은 분이 걱정하는 부분들이 개선되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환자 커뮤니티에서 간혹 `결국 수술해야 하니 시술적 치료는 하면 안 돼`라는 다소 극단적인 글도 보이는데요. 불필요한 치료를 과잉해서 하는 `과잉 진료`, 꼭 필요한데 시기를 놓치는 `소심 진료`. 이 두 가지 양극단은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꼭 전문가를 만나시길 바랍니다. 여러 전문가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중요하겠죠. 특히 수술을 결정할 때는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 한 명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다른 병원에 있는 전문가 두세 명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은 어찌 됐든 한 번에 끝내야 하고,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죠.

정리하자면, 척추 질환은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운동 기능이나 신경학적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빨리 척추 치료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특히 수술해야 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적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점을 당부해 드립니다.

q.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일상생활 속에서 주의할 점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질환의 예방과 재발 방지에 있어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는 의사로서 습관의 중요성을 배워왔고, 또 진료 현장에서 이를 실제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에 국내 신경외과 전문의 중 1호로 '국제 습관의학 전문의'를 취득하기도 했고요. 보다 많은 분께 바른 자세와 습관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자세혁명'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생활 습관만 잘 갖춰도 척추 질환뿐만 아니라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따분한 이야기 같지만, 너무 중요합니다. 복잡한 척추 질환을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올바른 자세`입니다. 올바른 자세란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혹은 누워있을 때 등 모든 자세에서 척추의 중립을 잘 지킨 자세를 말합니다.

바른 자세와 함께 여러 생활 습관을 조절해 나가야겠지만, 이것 하나는 꼭 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로 `케겔 운동`인데요. 케겔 운동은 아놀드 케겔 박사가 고안한 운동법으로, 본디 출산 여성의 건강을 위한 운동법이었습니다. 출산 후 회음부 쪽 근육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질 탈출, 자궁 탈출, 대소변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운동법이었죠. 그런데 이 운동법이 척추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련 논문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적극적으로 케겔 운동을 환자분들에게 추천하는 편인데요.

케겔 운동은 골반기저근을 자극하는 운동입니다. 흔히 케겔 운동을 항문 조이기 운동으로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정확히는 항문과 요도 사이에 있는 골반기저근에 힘을 주는 운동입니다. 골반기저근은 소변을 보다가 중간에 참는다고 생각하고 힘을 주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때 힘이 들어오는 곳이 바로 골반 기저근 부위입니다.

케겔 운동은 모든 자세에서 할 수 있는데요. 앉아서 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올바른 자세로 앉아주세요. 바르게 앉으라 하면 상체를 뒤로 쭉 젖히는 분들도 있는데요. 젖히기보다는 가슴을 펴면서 배를 집어넣는다고 생각하며 자세를 잡아야 합니다. 자세를 잡았다면 팔을 올려서 조금 움직여 힘을 빼주고요. 그 후 배꼽을 안쪽으로 넣으면 중립 상태 완성입니다. 중립 상태에서 배꼽을 안쪽으로 더 넣으려고 힘을 주고, 동시에 항문을 조이면 골반기저근에 힘이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힘을 느끼면서 5초간 조여주고, 5초간 쉬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바로 케겔 운동입니다. 이렇게 힘을 주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에 처음에는 3초만 조여도 됩니다.

이렇게 케겔 운동을 한 세트당 10회, 총 3세트를 꾸준히 해주시는 됩니다. 앉아서 운전하시는 분들, 공부하는 학생들, 서서 일하는 분들이 케겔 운동을 꾸준히 한 후 척추 질환을 극복한 사례를 진료 현장에서 많이 봅니다. 따라서, 척추 질환을 가지고 계신 분들, 그리고 척추 건강을 지키고 싶으신 분들은 평소 틈틈이 케겔 운동을 하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도움말 = 이동엽 원장(참포도나무병원 신경외과 전문의)